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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e Out –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 (Quán Bụi Group 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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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e Out –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 (Quán Bụi Group 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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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혼을 담은 모던 인도차이나 건축의 야심작

12월 초 호찌민(Ho Chi Minh)은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였다.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를 피해 서둘러 뛰어든 곳이 보쯩또안(Vo Truong Toan)거리 14번지,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였다. 빗물을 털며 고개를 들자 정원과 어우러진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국적’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베트남 전통 가옥의 친근함과 현대적 세련미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호찌민은 매일 변하고 있다. 삶의 속도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식사는 배고픔을 해소하는 행위가 아니라 느끼고, 즐기고, 경험하는 문화적 행위다.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했다. ‘감성의 허브(Emotional Hub)’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곳에서 음식은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지만, 콴부이는 음식으로는 인정을 받은 곳이다. 음식보다는 이곳은 건축을 느끼면서 음식을 즐기는게 핵심포인트다.

10년 철학의 공간적 구현

꽌부이 그룹(Quan Bui Group)은 10년 넘게 현대적 기준으로 베트남 음식의 정수를 지켜온 브랜드다. “모든 식사는 이야기다(Every meal is a story to tell)”라는 철학을 내세운 이 레스토랑 체인은 독자적 정체성으로 베트남 외식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컴플렉스는 이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했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 세 개의 독립적인 브랜드가 공존한다. 꽌부이 가든(Quan Bui Garden) 3호점은 베트남 전통 가정식의 정신을 담았다. 소박하면서도 세심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는 태국의 본질을 대표한다. 젊고, 매콤하며, 활기차다. 이 두 개의 뚜렷한 스타일 사이에 까페인(Cafe’In)이 자리한다. 쉬거나 일하거나,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화할 수 있는 진정의 공간이다.

곡선이 만드는 베트남적 서사

꽌부이 가든 3호점에 들어서자 곡선 아치(Curved Arch)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딱딱한 직선의 현대 건축과 달리 부드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베트남 전통 가옥의 처마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이 곡선들은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했다. 모던 인도차이나(Modern Indochine) 스타일이라는 건축적 정체성보다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테라코타(Terracotta) 색조의 벽면이 손끝에 닿았다. 베트남 도자기 마을의 흙냄새가 연상됐다. 인공적인 페인트가 아닌, 흙과 불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색감이 공간 전체에 온기를 더했다. 나무 가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과도한 광택 없이 원목 본연의 질감을 살려 베트남 가정집 특유의 소박함을 구현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 아니었다. “전통 가치를 현대적이고 친밀하면서도 우아한 공간에서 재창조한다”는 꽌부이 그룹의 철학을 물질화한 것이었다.

빛과 향기로 완성되는 공간

낮 시간이었음에도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황금빛 조명은 테라코타 벽과 만나 마치 석양 무렵 베트남 시골 가옥의 따스함을 재현했다. 조명 디자이너가 빛의 색온도를 정확히 계산한 듯했다. 너무 차갑지도, 지나치게 붉지도 않은 2700K 전후의 따뜻한 색온도가 식사 공간에 안정감을 주었다.
흥미로운 건 후각까지 건축 개념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공간 곳곳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도자기 특유의 흙내음.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베트남 가정집’이라는 공간적 서사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건축가는 시각, 촉각, 후각을 모두 동원해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다.

하나의 지붕 아래 세 개의 완전한 경험

레스토랑 내부를 거닐며 각 공간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을 발견했다. 벽이나 문으로 구획을 나누는 대신, 바닥 레벨의 미묘한 변화, 천장 높이의 조절, 가구 배치의 밀도 차이로 공간을 구분했다. 베트남 전통 가옥에서 마당과 거실, 안방이 벽 없이도 용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공간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꽌부이 가든 3호점에서 베트남 전통 가정식을 먹다가 몇 걸음만 옮기면 스티키 라이스의 활기찬 태국 음식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식사 후에는 까페인으로 이동해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기면 된다. 하나의 방문으로 세 가지 다른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음식이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시대

‘외식’이 점차 생활 방식이 되어가는 시대다. 꽌부이 그룹은 음식을 더 넓은 맥락에 배치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전통적 가치가 현대적이고 친밀하면서도 우아한 공간에서 재창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가 탄생한 이유다.
호찌민 2군, 안카인(An Khanh) 지역은 한국으로 치면 성수동 같은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과 특색 있는 카페, 소품샵이 즐비한 이곳에서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건축적으로도 단연 돋보였다. 현지 물가 대비 다소 높은 가격대 탓인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이 공간의 건축적 완성도를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2024 관광 어워드(Tourism Award 2024)에도 소개됐다.

지역 정신을 대표하는 스티키 라이스와 창조적 공간 까페인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단순히 세 개의 브랜드를 위한 허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음식을 문화 간의 다리로 사용한다는 새로운 방향의 선언이다. 스티키 라이스는 지역적 정신을 대표한다. 개방적이고, 젊으며, 현대 생활의 속도를 반영한다. 리뷰어들은 스티키 라이스를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태국 요리, 다채롭고 생명력이 넘친다”고 묘사했다.
까페인은 창조적인 분위기를 가져온다. 커피와 작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장소다. 식사 후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하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사용하지만, 모두가 편안해 보였다.

유산과 창의성이 만나는 테이블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말한다. 진정한 가치는 화려함이 아니라 친근함 속에, 낯섦이 아니라 소속감 속에, 거창함이 아니라 소소한 방문의 기쁨 속에 있다고. 건축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이곳은 베트남의 혼을 가장 현대적인 언어로 속삭이는 공간이었다.
유산과 창의성이 같은 테이블에서 만날 때, 음식은 더 이상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연결, 기억, 그리고 베트남의 자긍심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호찌민이 매일 변화하는 도시라면,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베트남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이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식사가 문화가 되며, 공간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 꽌부이 그룹 컴플렉스는 바로 그런 장소였다.

Quan Bui Garden 3 (Complex)
14 Vo Truong Toan, An Khanh Ward,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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